조용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의 도시들이 디지털 노마드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는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이다. 대도시의 번잡함은 피해가면서도, IT 인프라와 라이프스타일, 저렴한 물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이 도시는 이제 더 이상 유럽의 숨은 보석이 아니다. 그동안 서유럽이나 발리, 리스본,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에 집중되어 있던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가 점점 동유럽으로 이동하면서, 클루지나포카는 그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동유럽의 실리콘밸리, 클루지나포카의 성장
클루지나포카는 루마니아 제2의 도시이자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중심지이다. 한때는 고딕풍 건축과 중세 도시의 분위기로 인해 관광지로만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기술 산업과 교육, 창업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테크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구글, HP, 보쉬,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에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루마니아 내에서도 스타트업 창업률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클루지나포카의 기술력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이 도시는 루마니아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바베슈-보요이 대학교를 중심으로 젊은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들이 모이는 기술 중심 도시로 발전했다. 다양한 국제 해커톤과 스타트업 행사들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로컬 테크 커뮤니티의 네트워크가 매우 활발하다.
무엇보다 클루지나포카의 IT 인프라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루마니아는 평균 인터넷 속도에서 전 세계 상위권을 자랑하며, 클루지 역시 카페나 레스토랑, 공공장소 어디서든 빠르고 안정적인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원격근무자들에게 중요한 요소인 코워킹 스페이스도 다양하다. ‘ClujHub’, ‘Cowork Timișoara’, ‘Impact Hub Cluj’ 같은 공간에서는 네트워킹 이벤트와 워크숍, 세미나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협업할 기회를 만든다.
이 모든 요소는 클루지나포카를 단순한 저렴한 도시가 아니라, 실제로 기술 중심의 생산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 단순히 머물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클루지는 유럽 디지털 노마드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렴한 물가와 높은 삶의 질이 주는 자유
클루지나포카의 또 다른 매력은 생활비 부담이 적고 삶의 질이 높다는 점이다. 유럽 다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월세, 식비, 교통비 등 모든 생활비가 절반 이하 수준이다. 가령,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스튜디오 아파트의 임대료가 월 400600유로 수준이며, 외식 한 끼도 710유로 내외로 가능하다. 덕분에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개발자, 작가 등 다양한 직업군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클루지에서 부담 없이 장기 체류하며 안정적인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가 낮다고 해서 삶의 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 자체는 매우 깨끗하고 안전하며, 의료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도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트란실바니아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지고, 주말마다 힐링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 온천, 고성 마을 탐방이 가능하다. 특히 이 지역의 와이너리와 전통 마을 체험은 유럽의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문화적으로도 클루지나포카는 활기차다. 매년 열리는 TIFF(Transilvan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동유럽 최대의 독립 영화제 중 하나이며, 재즈 페스티벌, 전자음악 파티, 독립서점에서의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꾸준히 제공된다. 도심 곳곳에는 아트 갤러리와 수공예 마켓이 있고, 책과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북카페도 즐비하다. 일과 여가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도시 구조가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또한 루마니아는 2024년부터 쉥겐존 일부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가까운 시일 내 완전한 쉥겐 가입도 예상되고 있어, 장기체류자나 유럽 내 이동을 자주 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에게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클루지를 거점으로 헝가리,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지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클루지나포카, 유럽 노마드의 다음 목적지로 충분하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자유롭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동반한다. 그래서 도시를 고를 때 단순히 ‘예쁘고 저렴한 곳’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 사람들과의 연결, 커뮤니티의 힘이 중요해진다. 클루지나포카는 이 모든 면에서 놀라울 만큼 균형을 갖춘 도시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기반, 저렴하면서도 질 높은 생활 환경, 국제적인 커뮤니티,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유럽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아직 대규모 관광객이 몰려오지 않은 지금, 클루지는 조용하고 집중력 있게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다양한 국적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클루지에서 일과 삶을 조화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 도시는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지속 가능한 커리어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어준다. 만약 당신이 유럽에서 새로운 거점을 찾고 있다면, 클루지나포카는 분명 그 리스트에서 가장 위에 올릴 만한 도시다.